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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折枝여도 抱節하리다. 抱節끝에 枯死하리라(주1)
나무가지가 바람에 꺾이는 겨울날의 밤.
마디는 마냥 굵어지고 봄의 꽃순을 잉태한다.
나무들이 合唱할 때 항용(주2)가지들은 속곳을 내던진 女子같이 分數를 몰랐고 불타는 숯덩어리처럼 마냥 타오르다가 점점이 까맣게 삭는다.
虛榮과 宗敎로 粉飾한 모델, 그 모델의 面皮를 나풀 나풀 벗기면서 진흙을 발라야 한다. 두툼한 입술에서 欲情을 도려내고 淨化水로 뱀같은 눈언저리를 닦아내야겠다.모가지의 길이가 몇 치쯤 아쉽다. 송곳으로 찔러보아도 피가 솟아나올 것 같지 않다.
전신이 尼僧이 아니라 해도 좋다.
전신이 修女가 아니라 해도 좋다.
지금은 戶籍에 올라 있지 않아도,
지금은 二夫從事할지어도,
진흙을 씌워서 나의 爐室에 火葬하면 그 어느 것은 悔改昇華하여 天使처럼 나타나는 實存을 나는 어루만진다.
어는 해 봄, 異國의 하늘 아래서 다시 만날때까지를 기약하던 그 사람이 어느 해 가을에 바보소리와 함께 흐느껴 사라져 갔고 이제 오늘은 匹夫孤子로 진흙 속에 묻혀있다. 옛적에는 寄食할 王도 있었거늘 이제는 그러한 왕들도 없다.
漂泊流轉이 美의 彼岸길이 아니기를, 운명이 비극의 序說이 아니기를 바라는 나머지 생존하는 자의 최소한의 주장이 용서되기를….
어느 錯亂者의 影像에서 眞實의 片鱗이 投影되었을 적에 적이 平常者는 자기자체를 의심한다.
진실의 힘의 函數關係는 歷史가 풀이한다. 그릇된 証言은 株式거래소에서 이루어지고 사랑과 美는 그 同伴者에게 안겨주어야 한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乾漆을 되풀이 하면서 오늘도 봄을 기다린다.
까막까치가 꿈의 靑鳥를 닮아 하늘로 날아 보내겠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1972년 3월 3일 )

번역: 무사시노미술대학 교수 박형국
주1: 백거이의「부인고」중의「一折不重生, 枯死猶抱節」
즉,(여성은)한 번 부러지면 살아갈 수가 없으며, 고사(枯死)할 지라도 절개는 지켜야 한다는 의미로 인용하고 있다.
주2: 중국의 당말오대시대에 활약한 수묵화가 형호(荊浩).

흩어진 추억을 조립해본다.
대학병원서 조립 막 끝낸 인골(人骨)이
배냇짓을 했다.
가랑이 속을
전람회에 선보일 테라코타를 태운 리어카를 끌고
권진규가 미아리 집을 떠나 대학병원 앞을 거쳐
전람회장으로 오고 있었다.
경복궁 뒤론 선명한 무지개.
리어카 짐들이 무지개 보려고 목을 빼고
두상(頭像)하나가 벙긋 솟았다.
눈을밖으로 곧바로 뜨고 앞을 보며
자신의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얼굴,
인간 속에는 심지가 있는가
상처가 있는가?
두상이 더 오르려 하자 권진규가 얼른 목에 끈을 맸다.
권진규가 테라코타 되었다.
속이 빈 테라코타가
인간의 속에 대해 속의 말을 한다.
인간에게 또 어떤 다른 속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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